가을낭만을 낙엽에 실어 보내며 듣는. 시와 음악이 결혼해서 낳은 노래 5선
서정적인 표현으로 인간의 내면을 어루만지는 시인의 감성적 속삭임을 노래로 들어보자.
이 가을에 나의 마음 그대의 마음을 촉촉이 적셔줄 시 노래 5선을 어렵사리 모아 보았다.
이 노래들을 기억하는 아날로그 세대 동갑나기들과
이순간 가슴아리거나 가슴이 따뜻한 여인들이여
노래를 들으며 가슴을 활짝 열고 헤어짐 만남 그리움
새로운 만남이 이어지는 삶, 뫼비우스의 띠같은 인생을 생각해 봄이....
김민기 ‘가을편지’ (1993년 1집) 고은의 시 ‘가을편지’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메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메인 마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고은 시인의 글에 스무 살 청년 김민기가 멜로디를 붙인 곡이다.
노래라기보다는 담담한 고백에 가까운 느낌.
이병우의 청아한 클래식 기타 연주 속에,
다소곳이 떨리는 김민기의 목소리가 더해지면서
가슴 속에 ‘찡한’ 무언가가 울려 퍼진다.
노래에는 편지를 쓰는 이유도, 뚜렷한 대상도 없지만
그렇기에 더욱 깊은 공감이 느껴진다. ‘외로운 여자, 헤메인 여자,
모르는 여자’라고 표현한 그녀는
아마도, 시인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단 한 사람’이 아닐는지.
눈을 감고 가만히 들으면
아스라하게 얼굴 하나가 스치는 애잔함이 있는것 같다.
설레는 가을 감성이 마음을 두드리는 ‘아름다운’ 노래다.
송창식 ‘푸르른날’ (1991년, 송창식 골든 제3집)
서정주의 시 ‘푸르른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사람을 그리워하자 /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 봄이 또 오면어이하리야 /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꽃자리 /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 봄이 또 오면어이하리야 /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첫 소절을 듣는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는 감동은 누구나 똑같이 느끼게 될것이다.
노래 전체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이 대목은 보고 싶은
이에 대한 그리움을 주저 없이 노래하고 있다. 1968년 시집 <동천>에 발표된
미당 서정주의 시를 1991년 송창식이 불렀는데,
전혀 다른 세대의 두 사람이지만 서정주 선생의 창의력과 리듬감이
송창식의 목소리를 통해 완벽하게 풀이되는 느낌이다.
‘괜찮다’며 마음을 다독여 주는 편안함.
웅장한 멜로디와 경쾌한 리듬의 반복되는 조화가 가을 하늘을 수놓기에 맞춤한 곡이다.
하덕규 ‘사랑일기’ (1867년, 푸른 돛)
하덕규의 시 ‘사랑일기’
새벽공기를 가르며 날으는/ 새들의 날개 죽지 위에
첫차를 타고 일터로가는 인부들의 힘센 팔뚝 위에
광장을차고 오르는 비둘기들의 높은 노래 위에
바람 속을 달려나가는 저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 / 사랑해요 라고 쓴다
사랑해요 라고 쓴다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어깨 위에
시장 어귀에 엄마 품에서 잠든 아기의 마른 이마 위에
골목길에서 돌아오시는 내 아버지의주름진 황혼 위에
아무도 없는 땅을홀로 일구는 친구의 굳센 미소 위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 사랑해요 라고 쓴다
수없이 밟고 지나가는 길에 자라는민들레 잎사귀에
가고 오지 않는 아름다움에 이름을 부르는 사람들에게
/ 고향으로 돌아가는 소녀의 겨울 밤차 유리창에도
끝도 없이 흘려만 가는 저사람들의 고독한 뒷모습에
사랑해요 라고 쓴다 / 사랑해요 라고 쓴다
하덕규의 음악은 예쁜 가사 말을 가졌으면서도 아픈 구석이 있다.
스스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관통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그는
실로 깊은 상실과 방황 속에 성장기를 보내고 성인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자작시 ‘사랑일기’를 멜로디로 만든 이 곡 역시 잔잔한 선율 끝에
삶의 무게가 느끼지는 기분이다. 나긋한 목소리에
소박한 이웃의 일상을 풀어내는 것 같지만 이면에는 현실을 벗어나려는
구원의 갈망도 엿보인다. ‘첫차를 타고 일터로 가는 인부'
피곤한 얼굴로 돌아오는 나그네의
지친 어깨’. 저마다 지쳐 있는 삶을 ‘사랑해요’ 라는 말로 응원하지만,
사실 그것은 본인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가 아닐까.
안치환(with장필순) ‘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의 시 ‘우리가 어느 별에서’
우리가 어느 별에서 만났기에 / 이토록애타게 그리워하는가 /
우리가 어느별에서 그리워했기에 /
이토록 아름답게 사랑할 수 있나 /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둠 밝히는 그대 /
그대와 나 그대와 나 /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우리가 어느 별에서 헤어졌기에 /
이토록 밤마다 별빛으로 빛나는가 /
우리가 어느 별에서 잠들었기에 /
이토록 흔들어 새벽을 깨우는가 / 꽃은
시들고 해마저 지는데 / 저문 바닷가에
홀로 어둠 밝히는 그대 / 그대와 나
그대와 나 /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해뜨기 전에 새벽을 열지니 / 해뜨기전에 새벽을 열지니
삶의 밑바닥까지 맑은 서정성으로 보듬는 ‘치유의 시인’ 정호승과
지난 20년 희망을 노래해 온 안치환이 만났다. 2008년 발표한
‘9.5집 정호승을 노래하다’는 암울했던 1980년대 안치환을 따뜻하게
어루만진 감성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시를 통해 깨달은 내적 감성의 균형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기 위함이라고. 호소력 짙은 안치환의 목소리는
정호승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삶의 외로움을 깊은 감동과 위로로 풀어내고 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두 음유시인의 울림. 아름다운 글이 노래의 내용을 성숙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한 곡이 아닐까 싶다.
양희은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정호승의 시 ‘수선화에게’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마라 /
눈이 내리면 눈길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속을 걸어라 /
갈대숲 속에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가끔씩 하느님도 눈물을 흘리신다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산 그림자도 외로움에 겨워 한번씩은 마을로 향하며 /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서 우는 것도 /
그대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그대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 견디는 일 /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 그대 울지 마라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우리는 모두 ‘외로운’ 사람이다.
시인 정호승과 양희은의 담담한 메시지는 인간의 본성인 외로움을
따뜻한 시각으로 볼 수 있도록 일깨워 준다. 이 노래는
특히 정호승 시인이 말하는 시의 은유가 ‘인간의 결핍’을
어떻게 만지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은 원래 외로운 존재이니
그로 인해 울지 마라’ 라며 극복하려다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받지 말고 그대로 받아들이라 말한다.
눈이 오면 오는 대로,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세상을 걸으라는 가사는 그 어떤 외침보다 마음에 깊이 와 닿는다.
그것은 있는 그대로체념, 단념을 하지말고 진솔한 만남을 꿈꾸며
새로운 만남을 초연하게 그리며 일어서서 앞을 향해 가라는 것이지 싶다
내가 아날로그 세대임을 떠나서
역시 노래는 가슴을 적셔주는 의미가 촉촉하고
때로는 지난날의 첫사랑과 만남 이별의 굴레속에서
전해지는 옛노래가 좋을 수밖에 없으리라 생각된다
디지털시대에 더욱더 절실히 요구되는 노래다 나 이병철은
취미가 글쓰기라서 자칭 무명시인이라고 하는데
산문, 수필, 자작시 50여편이 있고 35년간 일기를 쓰기 때문에
책장 옆에 수북히 쌓여있는 일기장들을
어쩌다 뒤적거려 보면 다듬지 않은 시가 많다
언젠가 모두 다듬어서 나의 시집을 펴낼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