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나고야가 고향이셨던 어머니 영향을 받아 주로 채식과 해산물을 좋아한다 혼자 사는 지금 가끔씩 만들어 먹는 부추와 양파 부침에 넣을 계란이 없었다.
반찬가게에서 김치와 계란을 사서 조심스레 차 뒷좌석에 넣어두고 생선을 사기위해 어시장에 들러 집으로 왔다.와서보니 계란이 없었다 낭패감이 엄습했다... 반찬가게에서 김치를 살때, 계란이 깨어질까봐 내려놓고 온것 같기도 했다
투덜거리면서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른 부식도 사러 갈려고 차에 갔다. 불편한 나의 왼발역할을 해주는 愛馬문을 열었다 시동을 걸고 백미러를 보았더니 뒷좌석 쿠션사이에 계란 한판이 놀고 있었다 안깨어지게 소중히 쿠션사이에 잘 모셔 두었음에 보물을 찾은듯한 심정, 멋적은 웃음을 뒤로 날리며 계란을 들고 다시 돌아왔다. 가스렌지 위 씽크대 붙박이장에 붙혀둔 작은거울을 보았다. 항상 짧은 머리칼을 뒤로 제친 헤어스타일.아직 보기좋은 놈이 있었다 동안이라 나이보다 젊게 보여도 곧 50대로 접어든다 이나이에 이뤄놓은게 없다 내곁에 사랑하는 아들도 없다 어머니도 안계신다 흰머리카락이 눈에 띈다 혼자 사는 외로움에 더해지는, 위기감. 갑자기 섬짓했고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그러나 난 90살이 넘는 영감이 되어도 흰머리카락 그대로 길게 길러서 묶어 포니테일 헤어스타일과 멋진 영감이 될것이다 아무리 슬픈 눈물이라도 마를날은 온다는 일본어가 떠올랐다. 삶은 감자를 으깨어 밀가루 조금 넣고 반죽을했다 계란물에 담궈 건지고 내 얼굴만한 크기로 만들어 팬에 올렸다. 맛있게 살짝 구워졌다. 어머니 생각이 난다. 어머니는 항상 담백한 음식솜씨를 가지셨던 분이다 모든 음식에 별 양념을 사용하지 않아도 맛있었던것은, 어머니의 손맛이었을것이다
매년 매실주를 담아서 주셨던 어머니 생각에 담아둔 매실주를 어머니께서 선물로 주셨던 큰범선 모양의 술병에 부어 들고 방에 들어가 앉았다. 잔은 두개다 하늘나라에 계신 나의 어머니 잔 과 나의 잔이다 어머니께서는 오렌지쥬스를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잔에는 100%의 오렌지쥬스 내 잔에는 매실주를 채워 어머니 사진을 보고 한 말씀드렸다 어머니 한잔합시다 어머니는 자상한 미소인지, 다소 걱정스러운 미소인지 구분할수 없는 미소로 아무말씀없이 희미하게 웃고 계셨다
비라도 쏟아졌으면...난 비를 좋아한다 비는 모든것을 깨끗하게 씻어내리기 때문이다 비에 대한 추억들이 새삼스레 스치어간다
군대시절 강원도 최전방 소화리 천도리등의 민통선도 넘어 다녔던
12사단 사령부의 28 출신이다. AOP식당에서
강원도 경월소주 12병 마셔본적도 있고. 술에는 강하지만. 거의 안 마신다
난 특별한 술버릇은 없다.기분 나쁠때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는다 오늘은 웬지 술한잔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친구에게 전화는 하지 않았다 처절할 정도로 내자신을 곱씹어 보면서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치어다 보았다. 비라도 쏟아졌으면 좋으련만. 비는오지 않을것 같다 비를 기다려본다. 이 가을 행여나 찾아올 사람은 없을까
어머니 모습 그리며 노래해본다.어머니! 당신께서 가을 여인으로 오고 계시나요. 이미 제 마음의 이 거리에는 오셔서 계신다는것을 압니다 노오란 옷자락이 바람에...노오란 옷자락이 바람에, 흔들릴때 당신의 그 빛이 너무 고와서...다가 설수 없네요 너무 고와서... 한잎 두잎 잎이 지며 이 가을이 무너질때 슬프도록 고운 입술, 길바닥은 찬데 황금빛 줍던 소녀는 찾아볼 수 없네요 어머니 당신이 지나온 기억의 저편에 있겠지요 이젠 너무 고운 여인이 되어 당신이 너무 고운여인으로 찾아와서 제 가슴속에 앉아 계시네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어머니의 황금빛 줍던 소녀적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무너진것 같기도 한 40대중년기를 사는탓에 사회복지학의 인간과 사회환경을 빗대 보자면 인간적으로 가슴 아픈 나의 현실에서 갈망하는것은 더많이 남은 내 인생의 동반자로 내 어머니처럼
마음씨 고운 여인이 곁에 있으면 좋겠다 시퍼런 칼을 든 여인을 만났으면 좋겠다.왜냐하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니까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면서 재밌게 싸워보고 싶고 사는것을 느끼고 싶고. 말다툼도 하면서 40대의 인간다운 보편적인 생활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과거란 무언가 성공시키기위해 냉혹히 분석하고 교훈으로 삼을 때만 필요한것이다 미래지향적인 삶을살아야 한다 요즘의 나를 살피건데 간헐적으로 죽고싶다는 생각이 지나가는 바람에 스치우기도 한다 정말 난 우울하다 그러나 난 결코 죽을수 없다 해야할일이 많기 때문이다 내차에 어머니를 모시고 멀리 다녀올때면 항상 뒷좌석에서
묵주기도를 드리고 계셨는데 어! 여기가 어데고?
오래 운전하니까 힘들제! 휴게소 멀었나? 조금 쉬다가 가자고 하셨다 7년전 어머니를 모시고 전라도 화순 하와이온천에 다녀올때 기억도 생생하다
그리고 봄에는 매화꽃과 어우러진 섬진강변을 끼고 펼쳐진 도로를 따라
대자연의 신선한 공기를 들이 마시면서 갔던 그곳에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추억을 더듬으며 또 달려 가고 싶다
내 불편해진 내 왼쪽다리 대신 수족이 되어주는 내 애마부인... 벌써 14년되는 애마부인을 타고 달리며 드라이브를 간다 백미러에 비치는 세상은 뒤로, 뒤로, 뒤로 머얼리 보내면서 다가오는 즐거운 미래, 밝은 미래를 좋은 미래를 향해. 달려 간다
왼발잡이였던 내가 이젠 왼쪽 발목이 불편한 핸디캡이 있으나 정상인들 못지않은 정신적인 능력으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다만 혼자라는 위기감에 괴로울뿐이다 2011년은 여름에 접어들었고 따라오고있는 가을과 하얀 겨울이 남았다 언제쯤 맘씨 고운 여인을 만나게 되려나
아! 지난날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했던 그녀들 생각이 난다. 묘하게도 내가 사귀던 그녀들은 부유한 형편이라서 경제적인 차이때문에 별 이유없이 헤어졌다 내 배짱이 없었던 까닭이었다 지금 행복하게 잘 살고있으리라 그리고 나는 어느날 오판으로 인해
크나큰 인생의 실패를 봤다 앨범을 펼쳤더니 젊은날의 내모습은 정말 훌륭했다.조금 야윈듯하지만 183CM 75KG늘씬한 근육질에 야무진 모습이었다. 내가 나를 보고 하는것이지만 젊은날의 사진에는 그랬다 그런데 가난했던 성장배경에 주눅이 들었었고 "산업컴퓨터 제어분야
최고의 전문가 되겠다는 목표를 향해 소"처럼 일만하면서 너무 멍청하게 바보스럽게 살았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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